나는 내 귀에서 소리를 지웠다
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까치는 누군가의 편지를 발목에 매달고 날고
까치는 여린 발목에 쇠사슬을 매달고 날고
사람들이 버린 내 잠의 텃밭, 여러 종류의 갈대와
식물도감에도 들어 있지 않는 풀과 꽃들 다투며 키 세우고
(모르는 사이, 테두리가 뭉개진 미지의 형상들과 잠깐
잠깐 만나는 사이, 나의 잠의 텃밭 속에 감금되어 있었다)
나는 내 소유가 아닌 잡목과 잡목 위의
한 쌍의 까치와 까치가 베어먹다 남겨둔
열매, 그 과실수가 정연하게 자라고 있는 경계
그 너머를, 기웃거린다
나는 모든 것을 본다
건널 수 없는 강과
건너서는 안 되는 강과
제 살을 찌르는 핏빛 가시덤불을 본다
나는 해뜨는 소리에 눈을 떴다
부드럽고 정교한 햇살의 그물에 걸린 생태계를 훑어보았다
까치 한 마리가 잘린 발목을 모두어 필사적으로 날아오르려 할 때
집 가까운 곳 무허가 소각장에서
뜬금없는 소식처럼
연기 한 줄기 피어올랐다
* 꿈꾸는 자는 유죄다, 천년의시작(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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