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시가 막 밀려오는데도,
세계가 오로지 창(窓)이거나
지구라는 이 알이
알 속에서 부리로 마악 알을 깨고 있거나
시간이 영원히 온통
푸르른 여명의 파동이거나
하여간 그런 시가 밀려오는데도,
무슨 푸르른 공기의 우주
통과하지 못하는 물질이 없는 빛,
그 빛이 만드는 웃고 있는 무한ㅡ
아주 눈 속에 들어 있는 그 무한
온몸을 물들이는 그 무한,
하여간 그런 시가 밀려오는데도
나는 일어나 쓰지 않고
잠을 청하였으니......
(쓰지 않으면 없다는 생각도
이제는 없는지
잠의 품속에서도
알은 부화한다는 것인지)
* 광휘의 속삭임 / 문학과지성사, 2008.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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