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배우 [마종기]

초록여신 2008. 8. 26. 06:19

배우

 

 

우리는 물고기다. 그래서 매일 익사하고 있다.

ㅡ제임스 딘

 

 

 

 

 

 

 

 

 

그런 배우가 있었다.

황량한 역할이 늘 어울렸다.

배우는 젊은 나이게 갑자기

계획도 다 세우기 전에 죽고

그해에는 바람이 넓게 퍼졌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는 밤새

크고 작은 새와 짐승 우는 소리가 난다.

세상의 끝이라고 놀리는 곳이지만

다짐하고 바라던 대로 사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는 소문을 되새기며

다리에 힘을 모아 일어설 기운을 얻는다.

많이 힘들지 않냐?

 

 

멋진 배우가 하여간 하나 있었다.

시를 쓴다던 배우는 눈을 감고

카우보이모자를 멋지게 눌러썼다.

잘 알아듣지 못할 낮은 목소리로

리즈와 함께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남자는 그렇게 죽고 여자는 암으로 누웠다.

 

 

다 털고 바닷가에 나왔다.

멕시코 만에 사는 고기 배 한 척,

평생을 풍랑에 비틀거리다가

이름 모를 척박한 땅에서 익사했다.

바다가 진흙 묻은 모자를 쓰고

그늘에 선 물고기를 위로해주었다.

많이 힘들지 않냐?

 

 

 

 

*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학과지성사(2006)

 

 

 

.......

오토바이 사고로 우리 곁은 떠나간 안타까운 배우, 故 이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 젊은 배우의 못다핀 삶,

다음 생이 있다면 활활활 꽃 피우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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