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바다는 컨테이너 곁에서
한구석이 조금씩 부서진 채
녹슬고 있었습니다.
배들은 또 다른 연안으로 떠났는지
방파제 한켠에 무릎 조아리고 있는
한 사내의 축축한 낮잠만 눈에 선합니다.
가끔 자책하며 환멸을 찾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나를 무너뜨리며
애월을 들여다보지만
음습한 술기운 때문인지
바다는 늘 들끓고 있었습니다.
환멸은 증오인지 용서인지,
바람 거친 등대 곁에 서면
모두가 깊은 살의를 지닐 법도 하지만
나는 이미 애타면서 혼수상태인 채
늘 죽음 직전입니다.
여느 때 같으면
당신의 싸움 소리도 요란할 텐데
오늘 애월은 환히 고요합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을 무너뜨리며
어디에 계십니까.
* 귀한 매혹,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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