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해 꺾일 무렵
사람 드문 골목 모퉁이에서 아이스께끼 통에 앉아
통 안에 남은 께끼를 하나씩 꺼내 우정우정 씹어 먹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지금은 부산에서 택시 운전을 한다는 친구가 꼬들겨 께끼 장사를 나섰는데 숫기 없는 나인지라 첫 번에는 친구 뒤만 따라다녔고 두 번째는 용기를 내서 한 통 끊어 독립하게 되었는데 아 그것이 참 신통하게도 팔려나갔던 것이다 먼 동네로만 돌아 얼굴은 팔리지 않으면서
돈을 셈해본 이 첫 경험 나를 달뜨게 했지만 부리나게 한 통 더 끊어 나간 것이 잘못이었다 호주머니의 돈만 세었지 해가 꺾이는 하늘을 보지 못한 게다
하여 통 속에 남은 수북한 께끼를 나는 먹고 또 먹었다
해 이우는 낯선 마을의 골목 모퉁이에서
첫판에 번 돈을 고스란히 먹어치웠다.
*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 랜덤하우스, 2008.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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