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공터의 사랑 [허수경]

초록여신 2008. 8. 5. 01:00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다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초판. 200215쇄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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