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까지 가는 길도
집 앞에서 내리지 않고
미리 내려 걸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내는 경주로 수련회 가고
나는 강원도에서 한 보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어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본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낯설다
오래 걷지 않으면
이 길도 잊혀질 것만 같다
집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그곳까지 가는 걸음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무늬인 것만 같다
아내와 함께 무늬지어 가는
이 가벼운 집이 곧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 산벚나무의 저녁, 창작과비평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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