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집에 가는 길 [장철문]

초록여신 2008. 8. 5. 01:05

 

 

 

 

 

 

 

 

 

 

 

내 집까지 가는 길도

집 앞에서 내리지 않고

미리 내려 걸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내는 경주로 수련회 가고

나는 강원도에서 한 보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어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본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낯설다

오래 걷지 않으면

이 길도 잊혀질 것만 같다

집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그곳까지 가는 걸음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무늬인 것만 같다

아내와 함께 무늬지어 가는

이 가벼운 집이 곧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 산벚나무의 저녁, 창작과비평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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