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 왔다, 생각했을 때 나는
벌써 이 길의 식도(食道)를 넘은 것이다.
새벽 한시,
돌아갈 길은 입을 다물어버리고
이 길을 가다 보면 태백은 있다는데
앞서가던 한 떼의 차량들이
저마다 밤의 기나긴 위장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다시 빠져나온다
저 불빛들을 삼키고는
다시 내뱉으며
오래도록 되새김질하는 길의 허기는 누구의 것일까
채워지지 않는 적막에 대해
생각하는데, 아까부터 시속 30킬로미터의 트럭은
꼬리등을 깜빡이며 이 길의 내벽을 누비고 있다
길의 주름에 천천히 흡수되고 있다.
아직, 태백에
오를 때까지
나는 한참을 더 소화되어야 한다
* 무서운 속도, 랜덤하우스.
.......
그리운 태백행이 곧 실행될 것이다.
검은 도시였지만, 지금은 폐광만이 그 흔적을 말해준다.
도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저층의 빈 아파트만이
태백이 한때 번성했음을,
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리라.
태백산맥의 늠름함이 언제나 힘이였던 그곳을 사랑하기 위해
올 여름도 변함없이 태백행 열차를 탈 것이다.
청량리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태백을 지나 나는 종착점에 멈춰 설 것이다.
(곧, 태백행에 오를,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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