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명자나무 [장석주]

초록여신 2008. 6. 2. 06:10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

 

 

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 것. 허리를 곧추세울 것. 헤프게 울지 말 것. 울음으로 타인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 꼭 울어야 한다면 흩날리는 진눈깨비 앞에서 울 것. 외양간이나 마른 우물로 휘몰려가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울 것. 비겁하게 피하지 말 것. 저녁마다 술집들을 순례하지 말 것. 모자를 쓰지 말 것. 콧수염을 기르지 말 것. 딱딱한 씨앗이나 마른 과일을 천천히 씹을 것. 다만 쐐기풀을 견디듯 외로움을 혼자 견딜 것.

 

 

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

불행은 장엄 열반이다.

너도 우니? 울어라, 울음이

견딤의 한 형식인 것을,

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 마라.

 

 

 

 

 

* 절벽

 

 

 

.......

울음이 견딤의 한 형식인 것을.

불행은 또 다른 행복의 뒷모습인 것을.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는 단단함을 애써 외면하는 아침입니다.

요 녀석아, 건드려야 떨어져 나가지....

불행을 건드려 떨어뜨려 달라는 강한 절규로 받아들입니다.

이해는 오로지 나의 무기니까요.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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