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드디어 하늘이 되었구나
그대 신신한 바람 날리는 구름이 되었구나
아름다운 6월의 젊은이인 그대
어제 오늘도 내일도 젊은이인 그대
그대 드디어 이 땅에 길 만들었구나
어둠이 어둠을 거두며 가는 길
피톨들 함께 안으며 가는 길
억울한 왼 죽음들 솟구치는 길
그날, 천구백팔십칠년 유월구일
최루탄 직격탄에 꽂힌 그대의 피 우는 부르짖음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그대의 부르짖음이 신촌을 흘러
그대의 꿈이 반도에 흘러 넘치는 것을
반도에 누워 이리도 빛나는 것을.
그대, 아름다운 유월의 젊은이인 그대
이제 별이 되러 갔구나
우리가 마시고 있는 이 어둠의 연기
우리가 뿌리고 있는 이 거짓의 악취들
우리가 던지고 있는 이 탐욕의 살기들에
그대의 찬 빛을 뿌리시라.
우리 모두 똑바로 걸어가도록
우리 서 있는 이 벼랑
꼼꼼히 꼼꼼히 내려다 보시라.
이 싸움 무성한 '순간'의 행진에
이 울음 무성한 '여기'의 진흙꽃밭에
모오든 허약과 비겁과
모오든 가식假飾과 기회주의 위에
모오든 눈치와 눈치 위에
그대여, 화살되어 언제나 내려오시라.
아름다운 유월의 젊은이,
이한열 열사여
붉은 민주주의여
* 유월, 그것은 우리의 운명의 시작이었다(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66인 시집) / 화남, 2007.
.......
역사의 오늘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대들이 목놓아 불렀던,
그,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피어나지도 못한 채 끝내 한 줌의 흙으로 자신을 통째로 몸받쳤던,
이 땅의 오늘은 미친 소 수입반대의 촛불이 횃불되어 환하게 메아리칩니다.
그대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했던 오늘을,
또 누군가는 그렇게 살고 싶어했던 내일을 희생하고야 말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자, 지키고자, 자랑스럽게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노력했던, 이 시간에도 열정을 쏟아내고 있을 모든 분들의 영혼을 달래렵니다.
초록은 그들의 신음을 묻어주고자 저토록 시리도록 푸르기만 합니다.
(역사의 오늘 ㅡ 6월 10일 속에서,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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