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 문학동네, 2003.
.......
안치환이라는 가수가 노래로 불러 널리 알려진 이 시는 지난 시절 우리 시가 찾은 한 순수한 영혼의 모습에 다름아니다.빼어난 감수성도 상상력도 동원되지 않았지만 이 시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영혼들이 꿈꾸는 가장 소중한 직관의 세계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결코 그곳에서 비켜서지 않는 사람. 강물 같은 노래를 마음 가득 품고 살아가는 사람.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지난 시대의 청춘들은 끝없이 갈구했던 것이다. 어찌 이보다 더 아름다운 꽃의 이름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ㅡ 곽재구(시인), [발문] 꿈, 혹은 사랑의 방향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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