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를 좀 꺼내 줘 [정유화]

초록여신 2008. 5. 10. 02:15

 

 

 

 

 

 

 

 

 

 

 

인간이 우연히 만든 컴퓨터

 

 

인간의 목소리를 추방한 마왕의 제국

 

 

제발 나를 좀 꺼내 줘

 

 

가족들과 배나무동산으로

 

 

봄소풍 가고 싶어.

 

 

 

 

 

 

* 청산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 천년의시작.

 

 

 

 

 

.......

내 노트북에 적이 침범했다.

바이러스라는 녀석들이 떼거지로,

그래서 내 노트북 센스마을에 살던 사진이랑 글들은 저 멀리로 도망갔다.

대청소 하자고 하자고 졸라도 무시해 버린 나를 두고서,

잠자는 백신부대를 깨우라고 소리 질렀다

난 귀를 막아버렸다.

그랬더니만

자기들끼리만 떠나갔다.

봄소풍 꽃구경 시켜주려 했건만,

내 마음도 모른 채

이별이라는 흔적도 남겨두지 않고서

37,000원이라는 운임비를 지불하고

인터넷공화국으로 떠밀려 갔다.

내 추억의 기억들도 무더기로 싣고 갔다.

기억들 줄래줄래 따라갔다.

어쩌랴, 어쩌랴...

다시는 그 바이러스 녀석들에게 당하지 않으리라.

백신 공격부대를 만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야 말았네.

못 꺼내 줘서 미안하다고 후회하고 있네.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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