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름다운 싸움의 풍경 [정유화]

초록여신 2008. 5. 10. 02:05

 

 

 

 

 

 

 

 

 

 

 

 

 스스로를 다그쳐 지나가는 서릿바람을 불러모으는 숲속을 보았습니다 이제 지나온 생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뜻이겠지요 나무들은 즐거운 듯이 앞 다투어 자기 생각을 조금이라도 먼저 드러내려고 얼굴을 붉히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형형색색의 성깔들입니다 우리도 저렇게 온몸을 바쳐 싸워 본적이 있나요 숲이 허락한다면 나도 살그머니 그 속에 끼어들어 성깔 한 번 내보고 싶습니다 어떤 색깔이 될지 모르겠지만 싸움 뒤에 남는 어떠한 상처라도 아름답게 껴안는 숲처럼 나의 상처 껴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청산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 / 천년의시작, 2003.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산우체국 소인이 찍힌 봄편지 [정유화]  (0) 2008.05.10
나를 좀 꺼내 줘 [정유화]  (0) 2008.05.10
초록에도 오래 머물면 [정유화]  (0) 2008.05.10
폐선 [전성호]  (0) 2008.05.09
햇살 공부 [전성호]  (0) 200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