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게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소 / 문학과지성사, 2005.
.......
어제 두 마리의 소의 운명을 타고난 소를 만났었습니다.
하지만, 그렁그렁한 두 눈이 아니었습니다. *(^_^)*
소리만은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음머어어어~~~
박카스 한 병 대령합니다, 꼭 되새김질 하세요.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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