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Re:소 [김기택]

초록여신 2008. 4. 20. 06:24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게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소 / 문학과지성사, 2005.

 

 

 

.......

어제 두 마리의 소의 운명을 타고난 소를 만났었습니다.

하지만, 그렁그렁한 두 눈이 아니었습니다. *(^_^)*

소리만은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음머어어어~~~

박카스 한 병 대령합니다, 꼭 되새김질 하세요.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