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문득 집 생각 [김창균]

초록여신 2008. 2. 7. 11:49

 

 

 

 

 

 

 

 

 

 

 

가끔 동생은 풀처럼 흔들리고 싶다고

소를 몰고 들로 나갔지

 

 

언제나 그랬듯

삼십 년이 넘는 그 세월 동안

이름도 모르는 병을 앓고 있는 엄마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잔소리를 달고 사는 아버지

 

 

그래도 바람이 분다는 것은 다행이었어

침묵이, 쓸쓸한 가축 같은 침묵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를 가르쳐 준 저 바람

아침에 일어나면 몇 년이 지나도

키가 크지 않는 대추나무가

후드득 잎을 떨구고

수압 낮은 수돗물은 기침하듯

쿨럭쿨럭 물을 쏟아 냈지

문득 집 생각하면

오래 씹어도 따스해지지 않는 식은 밥과

부엌 천장에 매달려 흔들리는 거미의 집.

 

 

그리고 더디게 아주 더디게 발효되는

아랫목 누룩더미들

이런 것들.

 

 

 

 

 

* 녹슨 지붕에 앉아 빗소리 듣는다,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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