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태풍전망대 [최영철]

초록여신 2008. 1. 16. 21:41

 

 

 

 

 

 

 

 

 

 

 

내 몸이 이파리처럼 쓸모없어지면 좋겠네

가벼워지면, 새털처럼 작아져서 미천하면 좋겠네

저 건너 산과 들 환히 보이는 전망대 앉아

하릴없이 날리는 담배연기라면 좋겠네

선남선녀 마주 보고 부르는 태평성대

야호, 한 마디라면

뒤뚱거리며 날아가 어느 모서리에 박힌 미친 바람이면

단번에 능선을 넘는 한 줌 돌멩이라면 좋겠네

사람만 아니라면 좋겠네 아무 흔적 없이

바람 한 번에 까불거리는 지푸라기라면

눈시울 뜨겁게 하는 흙먼지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라면 좋겠네.

 

 

 

 

 

* 야성은 빛나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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