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바리케이드 [최영철]

초록여신 2008. 1. 16. 21:38

 

 

 

 

 

 

 

 

 

 

 

 

나를 키운 절망의 선이여

다시 한 번 나의 탄탄대로를 가로막아 주지 않으련

나의 출세 가도를

나의 급성장을

나의 융성한 식탁을

면상도 한 번 걷어차 주지 않으련

씩씩한 아침을

이 뻔뻔스런

하늘을 찌를 듯한 무례를

한꺼번에 한꺼번에 부도내 주지 않으련

(그렇게 너를 깔아뭉개고 싶을 때가 있었던)

기어이 내가 넘어서고 만 갈망의 선이여

우리 다시 한번 팽팽히 쏘아보지 않으련

적개심으로 적개심으로만 오로지

술주정에 터벅터벅 가는 길 까뭉개 주지 않으련

번들거리는 이마를

희희낙락한 오후를

무료한 무료한

곧 회수될 것 같은 이 꿈같은 행복을

불쑥 좀 가로막아 주지 않으련.

 

 

 

 

 

* 야성은 빛나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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