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그리운 지상 [최영철]

초록여신 2008. 1. 16. 21:31

 

 

 

 

 

 

 

 

 

 

 

 

삶은 때로 떠 있거나 가라앉기만 하는 것

나 이미 튼튼한 대지에 발 붙여 본 지 오래

지상이여 안녕한가 밥 푸는 김 모락모락

새벽종 스피커 희망의 노래 온누리

기찻길 옆 나란히 선 굴뚝 더운 기적 울리는가

삶은 너무 치솟거나 곤두박질하는 것

나 이미 고요하게 내리는 햇살 쬔 지 오래

봄꽃들 향기 날리기 좋게 바람 솔솔

평균대 뛰어넘어가는 아이들 함성

이슬 뚝뚝 맺히는 처녀들 허벅지 깔깔대느냐

나 이미 사랑을 잊고 산 지 오래

삶은 추하도록 환하거나 무료한 것

엎드린 손바닥 위에 동전

도시락 딸랑거리며 오글오글 모여 기다리는

너희 식솔에게 돌아가고 있느냐

삶은 너무 숭고하거나 바닥이 뻔한 것

해는 다시 제자리로 스러지고

헤어진 자리 얼굴 파묻어 울고 있느냐

삶은 너무 내빼주거나 금방 주저앉아 버린 것

잘 있느냐 지상이여 잘 있느냐.

 

 

 

 

 

* 야성은 빛나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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