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해변의 욕조 [박정대]

초록여신 2007. 12. 21. 19:11

해변의 욕조

ㅡ 장 필립 투생

 

 

 

 

 

 

 

 

 

 

 

 

욕조는 아름답다, 텅 비어 있는

그리하여 알몸의 꽃을 심을 수 있는

욕조는 아름답다, 나는 욕조를 바라본다

하루 종일, 욕조 속의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샤워를 하기도 하고, 꿈을 꾸는 듯

먼 곳을 향하여 나아가려는 듯

수영을 하기도 한다, 수영을 하는

여자의 알몸은 아름답다, 나는 해변을

생각한다, 해변의 꽃 모종을 생각한다

나는 해변으로 가려고 한다, 나는

해변이다, 해변의 꽃 모종을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나의 몸에 꼭 맞는

욕조를 가진 적이 있었다, 종종 그곳에서

알몸으로 누워 삼류 소설을 읽기도 했다

외출할 때는 욕조를 입고 나가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요조숙녀라고 불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욕조 속에서만

알몸이었고 나의 알몸을 느낄 수 있었고

알몸과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이 다시 한번

욕조숙녀라고 불러주었더라도 괜찮았을 텐데

나도 언젠가 나의 몸에 꼭 맞는

그런 욕조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몸의 나와 오래도록

부드럽고 긴 섹스를 한 적이 있다

 

 

 

 

 

*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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