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포구 [허연]

초록여신 2007. 12. 21. 19:01

 

 

 

 

 

 

 

 

 

 

 

유리 같은 애들 울고 있는

얼음창고 뒤편.

쏟아지는 얼음파편이

눈동자처럼 굴러내려

사방으로 깨져 흩어지고

고기가 반쯤 뜯어먹은 채

일본에서 떠올랐다는 어부는

기름 흘리며 가라앉는

낡은 갑판에

막내딸의 이름을 새겼더란다

어느 골목을 빠져나가도

바다는 있고

또 바다는 없고

까만 개구리 같은 아이들은

부모 잘못 만난 아이들은

그게 다 그놈의 정 때문인지

알지 못한 채

한발 두발

자꾸만 바다로 걸어 들어가고

한 많은 청춘들 복수를 꿈꾸는

소금기 밴 발바닥 하나

씻지 못하는 바다

눈을 씻고 찾아도 살찐 사람 없는

심장 뛰는 게 눈에 보이는

그리운 사람 반짝이며 사라지는

파도보다

사람뼈가 더 많은 바다.

 

 

 

 

 

* 볼온한 검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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