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손에 강 같은 평화 1[장경린]

초록여신 2007. 12. 21. 20:04

 

 

 

 

 

 

 

 

 

 

사람 손가락이 열 개인 까닭에

삼진법이 생겼다고 한다

이 손이 소처럼 뭉툭했다면

번잡한 이 삶 얼마나 단순하고 평화로웠겠는가

새의 날개 같았다면

가볍게 떨리는 마음으로도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었을까

 

 

내 손도 그 새 세상을 품었구나

낡은 도자기처럼 은은하게 잔금이 가고

푸르렀던 힘줄도

스웨터에서 풀려 나온 실처럼 느슨해진 내 손은

세상을 움켜쥐기보다

누구나 손잡기 쉽게 되었다

 

 

이 손 강 같았으면

남원 어느 샛강처럼

둔치를 끼고 느리게 돌아가는 강 같았으면

신발 벗어 들고 생을 건너다

흰 발등 내려다보며 아득해진 마음이여

그 마음 쓰다듬는 얕은 강이여

내 손 그런 강 같았으면

 

 

 

 

 

* 토종닭 연구소,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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