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봄 캐는 여자 [황인숙]

초록여신 2007. 12. 20. 16:00

 

 

 

 

 

 

 

 

 

 

 

 

 

저 건너에 있는

저 건너에 있는

작은 섬을 마주하고

바다 이편 보리밭둑에서 한 아낙이

마른풀 덤불을 뒤지고 있습니다

뒤집힌 브이

열린 에이

곧추세운 꺾쇠

작은 섬, 돌섬처럼 허리를 꺾고

 

 

솜바지 엉덩이는 하늘 향해 쳐들리고

큼직한 남청 윗도리가 등허리에서

바다처럼 번들거립니다

머릿수건은 차가운 햇빛에 하얗게 바랬고요

할퀴려드는 마루 푸새를 밀치며

갈라진 손끝으로 보드라운 초록을 톡톡 캐내는 것

저 아낙의 휴식입니다.

 

 

 

 

 

* 리스본行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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