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의 회한 죽음 뒤의 회한 내 어둠의 미녀여, 검은 대리석 묘석 깊은 곳에 네가 잠들어, 네 잠자리와 머무는 곳 고작 비 젖은 땅속과 움푹 파인 구멍이일 때, 돌이 두려움에 떠는 네 가슴과 달콤한 무위에 늘어진 네 옆구리 누르고, 네 심장 뛰지도 원하지도 못하고, 네 두 발 모험 찾아 뛰어다니지 못할 때, 내 끝.. Baudelaire 2005.11.15
시체 시체 사랑하는 이여, 그리 달콤한 어느 여름 아침에 우리가 본 것을 기억하는가, 오솔길 모퉁이에서 조약돌 깔린 강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끔찍한 시체를, 음탕한 계집처럼 공중에 독기를 뿜어내며 불타오르는 가랑이를 벌리고, 무기력하고 빈정거리듯 악취로 꽉 찬 배를 드러내놓고 있었지. 태양은 이.. Baudelaire 2005.11.15
춤추는 뱀 춤추는 뱀 보고 싶어라, 무정한 님이여, 그리고 아름다운 그대 육체에서 너울거리는 천처럼 살결이 반짝이는 것을! 짙은 그대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찝찔한 내음 검푸른 물결 위에서 떠도는 냄새 나는 바다, 아침 바람에 잠 깬 한 척의 배처럼, 어느 먼 하늘을 향해 내 꿈꾸는 넋은 떠날 준비를 한다. 달.. Baudelaire 2005.11.07
머리타래 머리타래 오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곱슬곱슬한 머리털! 오 곱슬한 머릿결! 오 게으름 가득한 향내여! 황홀함이여! 오늘 밤 이 어두운 침실을 그대 머릿결에 잠든 추억으로 채우기 위해 공중에 손수건처럼 머릿결을 흔들고 싶어라! 나른한 아시아, 타오르는 아프리카, 거의 사라진 이곳에 없는 아득한 세.. Baudelaire 2005.10.21
이국 향기 이국 향기 가을 따뜻한 저녁 두 눈을 감고 그대 뜨거운 젖가슴 냄새 맡으면, 단조로운 태양 볕 눈부신 행복한 바닷가 눈앞에 펼쳐진다. 자연에서 진귀한 나무와 맛있는 과일을 얻는 게으른 섬, 날렵하고 힘찬 육체의 사내들, 솔직한 눈매가 놀라운 여인들, 그대 체취에 매혹적인 고장으로 이끌려, 거센 .. Baudelaire 2005.10.17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 그대 어느 깊은 하늘에서 왔는가, 심연에서 솟았는가, 오 아름다움이여! 악마 같고 숭고한 그대 눈길은 선과 악을 뒤섞어 쏟아부으니, 그대를 가히 술에 비기리니. 그대는 눈 속에 노을과 새벽빛을 담고, 저녁에 뇌우 치듯 향기를 퍼뜨리네. 그대 입맞춤은 미약, 그대 입은 술 .. Baudelaire 2005.10.17
여자 거인 여자 거인 자연이 힘찬 정열에 넘쳐 날마다 괴물 같은 아이를 배던 그 시절, 나는 젊은 여자 거인 곁에 살고 싶었네, 여왕 발 밑에서 사는 음탕한 고양이처럼. 그녀 몸이 넋과 더불어 피어나 끔찍한 희롱 속에서 저대로 자라는 걸 보고 싶었네. 그녀의 가슴 검은 열정 품고 있는지 그녀의 눈에 서린 젖은.. Baudelaire 2005.10.12
아름다움 아름다움 오 인간이여! 난 돌의 꿈처럼 아름다워라. 내 젖가슴은 물질처럼 침묵하는 영원한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기 위해 빚어진 것, 모두 저마다 상처를 입었으니. 나는 이해받지 못하는 스핑크스처럼 창공에 군림하고, 희 눈의 마음과 순백의 백조에 결합한다. 나는 선을 흐트러뜨리는 움직임을 .. Baudelaire 2005.10.10
사람과 바다 사람과 바다 자유로운 이여, 그대는 언제나 바다를 사랑하리! 바다는 그대의 거울이니, 그대의 넋을 끝없이 펼쳐지는 물결에 비추어보네, 그대 정신도 바다 못지않게 씁쓸한 심연. 그대는 그대 모습 한가운데 즐겨 잠기네. 눈과 팔로 그 모습 껴안고, 때로 사납고 격한 이 탄식의 소리에 그대 가슴도 잠.. Baudelaire 2005.10.08
길 떠난 보헤미안 길 떠난 보헤미안 눈동자 번득이는 점쟁이 종족이 어제 길을 떠났다, 새끼들 등에 들쳐업거나, 새끼들 걸신 든 아가리에 늘 마련된 보물, 축 처진 젖꼭지 내맡긴 채. 사내들은 번쩍이는 무기를 지고 걸어가네, 제 식구 웅크리고 있는 마차를 타고, 사라진 환영 좇는 서글픈 미련 때문에 무거워진 눈을 .. Baudelaire 200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