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POEM

어제 [진은영]

초록여신 2005. 7. 30. 12:53

 

어제

 

 

 

 

 

 

 

 

 

 

 

 

 

나는 너를 잊었다, 태양이 너무 빛났다

내 집 유리창 녹아버린다, 벽들이 흘러내리고

시간의 계곡으로 나는 내려가고 싶다

 

어릴 적에는 어제를 데려다 키우고 싶었다

오 귀여운 강아지, 강아지들, 내

가 굶겨 죽인 수백만 마리

 

강철 종이의 포클레인으로

어제의 거대한 공동묘지를 뒤집을까?

오늘 혼자 부르는 노래는 지겹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을 명명한다, 베껴 쓰기의 시간

이 돌아왔다고

 

플라톤을 베낀다 마르크스를 베낀다 국가와 혁명을

베낀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베낀다

어떤 목소리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어떤 목소리는 바위에 떨어지는 빗물 같다

오늘의 메마른 곳에 떨어진

어제라는 차가운 물방울

 

무수한 어제들의 브리콜라주로 오늘의 화핀을 메워

야 한다

태양이 너무 빛났다, 어제와 장미 향기가 다 증발하

기 전에

너를 그려야 한다

 

 

 

 

 

 

 

 

 

 

- 진은영, '일공 개의 단어로 된 사전'(276) 중에서

 

 

 

 

 

 

 

 

 

* 쨍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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