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너를 잊었다, 태양이 너무 빛났다
내 집 유리창 녹아버린다, 벽들이 흘러내리고
시간의 계곡으로 나는 내려가고 싶다
어릴 적에는 어제를 데려다 키우고 싶었다
오 귀여운 강아지, 강아지들, 내
가 굶겨 죽인 수백만 마리
강철 종이의 포클레인으로
어제의 거대한 공동묘지를 뒤집을까?
오늘 혼자 부르는 노래는 지겹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을 명명한다, 베껴 쓰기의 시간
이 돌아왔다고
플라톤을 베낀다 마르크스를 베낀다 국가와 혁명을
베낀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베낀다
어떤 목소리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어떤 목소리는 바위에 떨어지는 빗물 같다
오늘의 메마른 곳에 떨어진
어제라는 차가운 물방울
무수한 어제들의 브리콜라주로 오늘의 화핀을 메워
야 한다
태양이 너무 빛났다, 어제와 장미 향기가 다 증발하
기 전에
너를 그려야 한다
- 진은영, '일공 개의 단어로 된 사전'(276) 중에서
* 쨍한 사랑 노래
'LOVE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46 빈 손 [성기완] (0) | 2005.08.02 |
---|---|
마라도 바다국화 [최두석] (0) | 2005.08.02 |
첫사랑 [차창룡] (0) | 2005.07.30 |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이성복] (0) | 2005.07.24 |
공기의 꿈 [이찬] (0) | 200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