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한 여자가 스쳐간다
불현듯 아주 낯익은, 뒤돌아본다
그녀는 나와 상관없는 거리로 멀어진다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철 지난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처럼 그녀는
기억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거슬러 오르면
전생의 내 누이,
그보다 몇 겁 전생에서
나는 작은 바위였고 그녀는 귀퉁이로 피어난
들풀이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벌레였고 나는 먹이였거나,
하나의 반짝거림으로 우주 속을 떠돌 때
지나친 어느 별일지 모른다
뒤돌아보는 사이, 수천 겁의 생이 흘러버리고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쳐간 바람, 또는 향기는 아니었을까
반짝이며 내 곁을 지나친 무수한 그녀들,
먼 별을 향해 떠나가고.
_ 배용제, '이 달콤한 감각'(282) 중에서
* 쨍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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