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
정 현 종
괴로움을 견디느라 괴로움과 놀고
슬픔을 견디느라 슬픔과 놀고
그러다가
노는 것도 싫어지면
싫증하고 놀고……
_《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문지, 2022)
ㅡㅡ
"1978-2024 이어질 시의 모험"
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시작으로 출발한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의 시적 여정이 2024년 600호에 도달했다. 테두리를 색으로 감싼 길쭉한 사각 프레임, 2024년에 시를 읽는 독자의 눈으로 봐도 어색함이 없는 故오규원 시인의 디자인을 근간으로 계속될 시의 모험을 기대하며 시인선 600번 기념 시선을 맞는다. 표지 뒷면에 놓이는 '시의 말'이 그 주인공이다.
―알라딘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책소개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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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과거나 현재에 관해 말하는 순간에도 이미 자신도 알지 못하는 미래의 타자를 향해 말을 건넵니다. 시가 증언하는 미지의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시간, 도래하지 않은 시간으로서의 미래를 함축하기 때문입니다.
시인이 자신의 언어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를 나지막이 지켜본다는 말은, 그것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의 삶에까지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단단한 긍정과 신뢰의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미래를 향해 시가 건네는 희망의 증언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음을 증거하며, 여전히 인간에 대한 믿음이 포기되지 않고 있음을 증언합니다. 그 증언의 진실성을 신뢰하는 증인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시의 말이 촉구하는 진실에 대한 비전과 함께 시는 우리를 끌고, 기어이 미래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시의 말이 증언하는 저 알려지지 않은 시간의 “어디에선가”,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강동호 발문, 「미지를 향한 증언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에서
~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호 특집은
1978년부터 2024년 발간된 시집 표지 뒷면의 시의 말로 엮어졌다.
가히 시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시의 여행 속에서 우리도 시사랑도 존재한다.
여전히 소곤소곤,
재잘재잘 절망을 야단치고 희망을 이끌어내는 시의 말 속에서 오늘을 산다.
어떻게든
어디에서든
어떠하든
시와 함께 놀기를!!
오늘도
시는 나를 이끌고 있으니,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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