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서정주]

초록여신 2023. 5. 3. 00:05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서  정  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_《서정주 시집》(범우사, 2002)





눈이 부시게 푸르르다.
그래서 더 눈부시게 아프다.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가뜩하여라[한영옥]  (0) 2023.06.04
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 신 미 나  (0) 2023.05.08
서푼짜리 시 [박정대]  (0) 2023.04.26
이 봄의 평안함 [박형준]  (0) 2023.04.24
꽃들에게 바침 [최삼용]  (1) 202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