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바침
-세월호 추모시
비통함에 이 나라 산 자들은 모두가 운다
하늘 끝 모서리에 초라히 달린 쪽달도
오늘은 서러워서 허리 굽혔구나
그러나 세상이 오열한들
억울한 울음만은 길길이 비켜 가는데
세월아, 너만 가지 꽃다운 생들을 왜 데리고 갔느냐
삼백 넷 꺾어진 꽃송이에 나붙은 노란 리본 줄줄이 엮어
깊고 검은 진도 바다 뻘에 박힌 영혼, 씻김굿으로 건져도
초혼마저 못 아뢴 무너진 억장은
맹골수도 가파른 물길만큼 슬픔 되어 번지고
남은 자의 애절한 가슴을 두드릴 북 만들어 울려도
아기 새 울음은 멎어
희망에 걸던 약속 따윈 거짓이 되었구나
핏발 선 절규마저 떠나는 마지막 길에
진혼곡 되지 못한 지금
4·16 그날은 차라리 봄 중에 꾼 악몽이었으면 좋겠다
부레 없어 멈춘 힘없는 호흡들아!
거친 바다 박힌 돌섬으로라도 환생해
순수 영혼 혼불로 밝혀
재앙의 그 바다에 희망 빛 등대로 피어나라
꺾어진 소망대신 엮어 바다가 마를 때까지 우리
착한 울음을 웃음으로 못 바꾼 죄
천추의 한으로 기억하리니
-《그날 만난 봄 바다》 (그루, 2022)
ᆢ
오늘은 세월호 9주기를 맞는 날입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10년.
그때의 아이들은 26세의 청년이 되어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그해 2014년 3월.
그 이후 한 달이 지난 날,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을 슬픔의 울타리 안으로 가두어 버렸습니다.
시민단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억의 노란 리본,
광화문광장에서의 피켓팅,
서명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저는
지금은
다시 방관자의 모습으로 군중속에 갇히어 살아가고 있고요.
《잊지 않겠습니다》의 그 약속은 점점 무디어져 가기도 했습니다.
오늘만이라도 다시 그 기억속에서 피지도 못하고 사그라진 꽃다운 청춘들을 기억하려 합니다.
생존자의 트라우마는 살아도 살아가는 게 아닐 겁니다.
여전히 진실은 침몰된 채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그 깊은 맹골수도에서 사라진 듯
무엇하나 뚜렷하지 않습니다.
내아이 또한 수학여행 등 단체활동을 제한 당하며 추억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아이들 또한 자유롭지 못합니다.
오늘만은
그들을 기억해주십시오.
20140416.
그들의 희생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부디 오늘만은 안전하시길!!!
꽃들에게 바칩니다.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푼짜리 시 [박정대] (0) | 2023.04.26 |
---|---|
이 봄의 평안함 [박형준] (0) | 2023.04.24 |
나는 기쁘다[천양희] (0) | 2023.03.29 |
봄길 [정호승] (0) | 2023.03.27 |
봄밤이다 1 /장옥관 (0) | 202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