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상상력 김 은 경 밭마다 꽂힌 초고압 송전탑이 외계인의 비밀기지라면 24시 켜진 네온이 그들의 구조 사인이라면 청량리 떡전교에서 휘청휘청 겨우 나를 비껴가는 리어카가 실은 춤을 추고 있는 거라면 허공이 토해낸 은행알들이 엄마의 젖꼭지라면, 흐느낌이 올 때마다 그녀 한쪽 가슴 걷어 올려 뽀얀 즙 먹여 준다면 사방에 숨은 맨홀들이 야전 침대라면 시립공원 녹슨 그네가 잠 못 드는 한 사람을 위한 일인용 안락의자라면 오늘이 어제라면 겨울나무에 휘감긴 전구알들이 긴 밤 굽어살피는 신의 눈동자라면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달콤할까? 조금 덜 서운할까? 월요일이 오고 장례식에 가고 밤새 덮고 있던 이불을 누군가 거두어 가고 시시콜콜 병이 자라고 어제 받은 꽃이 비록 오늘 시들어도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실천문학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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