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김완]

초록여신 2018. 10. 21. 10:14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김  완










고흥군 외나로도 봉래면 상록수림

큰골이라 불리는 신금마을에 까마귀가 운다

가파른 산비탈 위의 무덤 한 기基

다음 생을 준비하는 흔적 여기저기 보인다

남아 있는 시간 빠르게 차오르는 밀물에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마는 세월

텅 빈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다

금일면 동송항에서 제선 작업하는

초로의 사내 초행길 여행객에게

'무엇하러 왔냐'고 묻는 말꼬리가 사납다

먼저 핀 동백꽃이라고 아픈 사연 없겠는가

녹동항 식당에서 사라진 우리들의

은유와 상징은 누구에게 갔을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 없다는 말,

왜 그 말을 우리는 두려워하는가

섬의 뼛속까지 내려가 살면 되지

아침저녁 들고날 때의 풍경은 다른 법

피지 못한 꽃, 물에 잠긴 어린 영혼들

볼 수 없는 바닷속에는 어린 별들이 산다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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