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짐에 대하여
강 영 란
한쪽으로 천천히 닳아 가면 뭐든 모르는 거지
가령 구두 뒷굽 좀 봐
몸에 중심이 저만큼 기울어질 때까지 몰랐던 거
요추 어디거나 고관절 어디가 아프고 있음을 몰랐던 거
그래 사랑이 있다손 치자
그게 서서히 닳아 가면 어떻게 알까
네가 나와 반대편으로 기울어진다고
쏘았던 화살이 돌아와 박히는 밤
그동안 중심 잡느라 나 몰래 애썼을 요추 어디
고관절 어디 더 이상 쓰다듬어 줄 수 없어
미안한 것인데
뒤늦은 통증은 기우듬히
네 쪽으로 가면서 지는 꽃
*염소가 반 뜯어먹고 내가 반 뜯어먹고(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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