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여름, 비 내린 뒤, 잠깐 [김정란]

초록여신 2015. 9. 6. 16:14


여름, 비 내린 뒤, 잠깐

 김 정 란









비 내린 뒤

길에 나갔다

가로수 잎사귀들

흔들리며 물을 떨구는아래

한참 서 있었다



오래 기도하듯이



어린 왕들의 날개 깃털이

하늘 위로 휙 지나갔다



냄새까지 훅 끼쳤다



잠깐

나는 희망을 되찾는다



나무 잎사귀 아래 서서

잘 벼린 칼을

마음 위에 가볍게 얹어 놓았다



일단은




*꽃의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