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위로가 없었다면
정 영
우리의 잠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개미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는 통로에서
서성인다
어떤 열매를 거두려
저토록 더듬이를 곤두세울까
다리 하나가 끊겨도 멈추지 않는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는 행렬
눈알이 하나 떨어져나가도 귀를 잃어도
괘념치 않지 새끼를 잃어도
멈출 줄 모르는 저 행렬 속엔
어떤 절규가 있는데
그것은 너무도 고요해서
아무도 깨뜨릴 수가 없어
그토록 바라던 거대한 바퀴에 짓눌린 꿈을 꾼다
한데 무서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묻는다, 내가 버린 이 감정들을 누가 다시 주워 왔을까
그때에 우주의 침묵은 가혹하다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 계절이 오면
줄기를 타고 오르는 일에 익숙해질까
저 줄기처럼 보일 수 있을까
이내 내가 죽은 둥치처럼 보일 땐
단잠을 잘 수 있을까
꿈꿀 수 있을까
낮이면 별을 기다리고
밤이면 별을 바라보는 것 외엔
아무 할 일이 없는 그런 나무둥치 그런 꿈
*화류 / 문지, 2014. 12, 31.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성(流星) ....... 신경림 (0) | 2015.01.25 |
---|---|
우리처럼 낯선 [전동균] (0) | 2015.01.25 |
북쪽 바다 아비비 [박지혜] (0) | 2015.01.20 |
누구일까 [신경림] (0) | 2015.01.20 |
일요일 [박지혜] (0) | 2015.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