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속도
박 지 혜
건물에서 건물까지 달렸다
달빛은 죽은 사람을 부르고
불빛은 낯선 시간을 불렀다
깨진 유리 조각 위를 걸어오는 맨발처럼
햇빛 속으로 들어가는 너는 아름답고
잊히지 않는 일들이 떨고 있었다
영원한 일요일을 생각했다
영원과 일요일을 붙여놓고
폭주하는 슬픔으로 미끄러진다
나는 슬픔의 무게를 재려면 신의 저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늘 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슬픔의 무게를 잰다
건물에서 건물까지 달렸다
오늘의 속도만큼 무섭게 자라나는 기억들
거대한 잠자리가 기억하는 기억
거대한 고사리가 기억하는 기억
보름달이 뜨면 모두들 모던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던을 느끼는 감각이 모두 달라서
*햇빛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 [박지혜] (0) | 2015.01.16 |
---|---|
화양연화(花樣年華) ... 김사인 (0) | 2015.01.16 |
설중행(雪中行) ...신경림 (0) | 2015.01.15 |
회색 거리 [박지혜] (0) | 2015.01.14 |
두메 양귀비 [신경림] (0) | 2015.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