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거리
박 지 혜
회색 길을 걸어 세상의 끝을 향해 햇빛을 자르고 바람을 자르며 하얀 옷을 입고 검은 눈을 가리고 얼어가는 심장에 종이꽃을 꽂고 종이꽃의 적정 온도는 낮아 사람이 만지면 서서히 타들어가는데 회색 길을 걸어 이상한 모자가 나를 쫓아오고 이상한 모자와 나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것은 모든 상징을 앃어하고 세상의 끝은 상징이 아니라고 하고 무기격한 빛이 쏟아지는 회색 길을 걸어 건널목읅 건너 담쟁이 담을 돌아 세상의 끝을 향해 걸음이 빨라지고 심장이 빨라지고 끝과 공원을 쓰기로 했던 우리의 시절은 아름다웠나 영원한 언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회색 길을 걸어 햇빛을 자르고 바람을 자르며 이상한 모자와 나의 거리만큼 그리움이 생기고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생기고 그리운 그림자 그림자에 그림자를 더하고 계단도 없고 언덕도 없고 회랑도 없는 회색 길을 펼치며 얇은 공기 얼어가는 심장에 칼을 꽂아 종이꽃의 온도를 올리고 불붙는 종이꽃의 온도를 올리고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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