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설중행(雪中行) ...신경림

초록여신 2015. 1. 15. 11:13


설중행(雪中行)

 신 경 림











눈 속으로 눈 속으로 걸어들어가니 산이 있고 논밭이 있고 마을이 있고,

내가 버린 것들이 모여 눈을 맞고 있다.

어떤 것들은 반갑다 알은체를 하고 또 어떤 것들은 섭섭하다 외면을 한다.

나는 내가 그것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나를 버렸다고 강변하면서,

눈 속으로 눈 속으로 걸어들어가다가 내가 버린 것들 속에 섞여 나도 버려진다.

나로부터 버려지고 세상으로부터 버려진다.



눈 속으로 눈 속으로 걸어들어가면서 나는 한없이 행복하다.

내가 버린 것들 속에 섞여 버려져서 행복하고 나로부터 버려져셔 행복하다.




*사진관집 이층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양연화(花樣年華) ... 김사인  (0) 2015.01.16
겨울의 속도 [박지혜]  (0) 2015.01.15
회색 거리 [박지혜]  (0) 2015.01.14
두메 양귀비 [신경림]  (0) 2015.01.14
겨울 감정 [박지혜]  (0) 201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