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새들은 새 획을 그으며 [정끝별]

초록여신 2014. 12. 29. 19:11


새들은 새 획을 그으며

 정 끝 별









장폐색의 길에서 새 난다

나아갈 수도 돌아올 수도

없는 길에서 새가 난다

막힌 길 끝에서 날개를 턴다



두 홉들이 빈 소주병으로 채운

한평생의 푸른 하늘을 떠메고

취생몽사 학수고대의 끈들 죄다 끊고

난닝구 바람의 구름 너머로 새 되어 난다



일생을 구부정히 꺾여 있던 당신의 뒷목

날갯죽지 돋우고 정수리 쭉 내민 채

새가 되어 난다 이제야



육탈한 정강이뼈처럼 서 있는

홍천(洪川) 어디쯤의

자작나무 너머로 새 획을 그으며 난다

새소리가 희다




*은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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