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한없이 무관해지는 [김언]

초록여신 2014. 7. 8. 15:42

 

한없이 무관해지는

 김 언

 

 

 

 

 

 

 

 

 

음악도 귓속에서 공간을 차지한다는 생각은 내 생각이 아니다.

머릿속에 시간을 저장하는 공간이 있다는 가설도 내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생각 없이 담배를 피우고 습관적으로 버튼을 누른다. 키를 누른다.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찰리 헤이든의 음악을 제공하는 것도

나의 의지와 무관하다. 귓속에 들어앉은 우연한 공간 머릿속을 장악해가는

듣기 싫은 트럼펫 소리도 재즈를 싫어하게 된 나의 취행과 무관하다.

차라리 탱고가 좋다. 왈츠가 훌륭하다. 왈츠가 제맛을 내려면 문밖에서

포성이 울리는 함락 직전의 도시가 필요하다. 군중들의 소요가 극에 달한 광장을

지척에 둔 화려한 저택의 눈부신 실내조명 아래라면 더더욱 좋다.

정신없이 돌아가야 한다. 바깥은 분노 이곳은 분노의 바깥에서

단순히 시간을 버는 장소가 아니다. 공간도 아니고 시간도 아니다.

귓속의 어딘가가 꽉 들어차서 바깥을 막고 있다. 함성은 고요하다.

눈 내리는 소란을 귓속에서 다시 저장하고 있다. 고요하게 고요게

함몰해가는 의지를 더 크게 더 크게 몰두하면서 나는 무관해지고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한가? 한없이 무관해지는

밥을 익히고 있다. 좀 전에 다 되었다는 소리를

귓속에서 다시 듣는다. 압력을 풀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그 소리를

가능한 한 멀리 가서 내다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휘휘 젓고 있다.

 

 

 

*모두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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