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그래픽
장 이 지
아라비아 열사의 어느 불멸의 마법사에게는 생명의 정수를 괴조(怪鳥)의 알에 감추어두는 책략이 있었다고 한다.
작금의 사람들은 그것을 본받은 것은 아니지만, 목구멍으로부터 아흔아홉 길 되는 내면을 별가루 묻어나는 인터넷에 옮기어놓는다.
어쩌면 그것은 한밤의 고속도로처럼 적막해져서 홀로 돌아오기 위한 슬픈 사람들의 궁리나 아닌지. 다치지 않고 돌아오기 위한 쓸쓸한 궁리나 아닌지.
마음 없이 직장엘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지친 껍데기로 집에 돌아와 그래픽이 된 마음을 열어보고 그래픽에 손끝을 적시면서, 그래도 더러 마음만은 별가루로 반짝이기를 바라고 바라지만.
그래픽적 마음아, 너는 내가 사춘기 시절 미술 시간에 그리곤 했던 알록달록한 화투풍 그림처럼 헛것이로구나. 너는 우주 고아처럼 지구를 뜨는구나. 껍데기는 내버리고 별가루를 모아, 그래도 유리 구두 같은 것을 하나 해 신고서.
* 라플란드 우체국(실천문학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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