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범람
김 충 규
비가 쏟아졌고 그는 침 묻힌 손가락에 소금을 찍어 먹었다
형식 없이 비가 허공을 가득 채웠다
흘러내리는 것이 어느 천사의 하혈인지 창이 붉었다
지붕에는 헤아릴 수 없는
발자국들이 다녀갔다
ㅡ겨울인데 왜 아직 안 오는 거야?
그가 방금 전화기를 통해 한 말이 애인을 향한 것인지
새를 향한 것인지 고양이를 향한 것인지
그에게 애인이 있었다면
새가 있었다면
고양이가 있었다면
그들은 뭐라고 대답했을까
ㅡ네가 오면 되잖아, 꼭 내가 가야 돼?
그의 표정으로 보아
누군지는 모르나 그리 말했을 듯한……
땅에 내린 빗물들은 저들끼리 뭉쳐 울다 웃다 사라져갔다
붉은 창은 내내 붉었다
*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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