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의 산책
박 주 하
고물상 앞에 앉아서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을 본다
만겹장 꽃숭어리
아, 만겹의 미혹처럼 뭉실거리는
향기로운 풍경을 마냥 바라보는데
골목 끝으로부터 노파들이
유모차를 밀고 곰실곰실 모여든다
딱, 고만고만한 작은 얼굴들
딱, 그만하게 키를 맞춘 듯한 구름꽃들
아, 신기하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것처럼
웃었다 찡그렸다 하며 다가오는 노파의 얼굴들이
모두 너무 닮은 것이다!
입 벌리고 바라보는 내 머리 위에선
허공꽃이 모양 없는 제 몸을 굴리며
입 없는 하품을 하고 있으리라
* 숨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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