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에 대한 아주 작은 생각
배 창 환
추수 끝난 강둑에 무리지어
다 끝나가는 한 생을 마저 살려고
마구 흔들어대는 저 으악새는
어떻게 내 마음을 통째로 뒤흔들지 않고
내 곁을 지나친단 말인가
성주 가천 닷새장 파장에 부는 소슬바람도
대가천 식당 할매가 말아내논 돼지국밥도
정류장 둘레에 퍼질러앉아
금방 밭에서 뽑아온 무 배추 몇단 놓고
국수 말아먹는 아낙의 등 굽은 가계(家計)도
어찌 나와는 아무 상관 없다 지나치리
그 모습에서 감동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 웃음에서 가버린 세월을 되감아오기도 하고
하다 못해 연민의 눈길이라도 욕심껏 퍼붓고 갈 일이니
세상에 저 홀로 흔들리는 것 무엇 있으리
*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창비,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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