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우면서
천 양 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오래된 골목(창비, 1998)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밭을 지나며 [나희덕] (0) | 2012.11.06 |
---|---|
벽오동의 上部 ……·나희덕 (0) | 2012.10.27 |
하루의 연보 [김선재] (0) | 2012.08.31 |
가을밤의 풀벌레 소리 [안도현] (0) | 2012.08.31 |
구름의 제국 [김선재] (0) | 2012.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