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의 체험
문 태 준
은밀한 시간에
근심은 여러개 가운데 한개의 근심을 끄집어내 들고
나와 정면으로 마주앉네
그것은 비곗덩어리처럼 물컹물컹하고
긴 뱀처럼 징그럽고, 처음과 끝이 따로 움직이고
큰 뿌리처럼 나의 신경계를 장악하네
근심은 애초에 어머니의 것이었으나
마흔해 전 나의 울음과 함께 물려받아
어느덧 굳은살이 군데군데 생긴 나의 살갗처럼 굴더니
아무도 없는 검은 밤에는
오, 나를 입네, 조용히
근심을 버리는 방법은 새로운 근심을 찾는 것
빗방울, 흙, 바람, 잎사귀, 눈보라, 수건, 귀신도 어쩌질 못하네
* 먼 곳 / 창비, 201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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