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의 별
문 인 수
청라언덕의 별, 목성이 지금도
참으로 밝고 명랑합니다.
여기 외국인 교직자 무덤 중엔 빗돌 하나에 자매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진 예가 있어요. 대구에서 선교사로 일생을 마친 어머니 곁에 벽안의 그 두 딸도 와서 함께 묻힌 거랍니다. 자매도 각기 천수를 다한 후에야 비로소, 그렇게, 이역만리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는 거지요. 딸들의 유가족이 유골을 안고 왔었는데요, 고인들의 오랜, 평생의 소원대로 그리 성사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어떤 상봉의 광경이 벌어졌을까요.
보세요,
세 영혼이 한데 몰린 결정체가 상수리나무 서쪽 높이 반짝입니다.
저, 백년 전 기쁨입니다만 지금도
얼마나 밝고 명랑합니까, 저 나무가 낳은
청라언덕의 별, 목성입니다.
* 적막 소리, 창비(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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