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폭풍이 집에 입을 갖다대고
불어서 음악을 만든다.
나는 불편한 잠을 자다 돌아누워, 감은 눈으로
폭풍의 텍스트를 읽는다.
하지만 아이의 두 눈은 어둠 속에 동그랗다.
아이에게는 폭풍이 울부짖는다.
아이와 폭풍은 둘 다 흔들리는 램프를 좋아한다.
둘 다 말이 어눌하다.
폭풍은 아이 같은 손과 날개를 가졌다.
카라반 호(號)가 라플란드 쪽으로 치닫고,
자기 손톱의 별무리가 벽을
꼭 움켜잡는 것을 집은 느낀다.
우리 층에서는 밤이 고요하다.
이곳은 기한 끝난 발자국들이 모두
연못 속에 가라앉은 잎사귀처럼 쉬고 있지만,
바깥에서는 밤이 야성적이다.
세계 위로는 더한 폭풍이 지나간다.
우리 영혼에 입을 갖다대고
불어서 음악을 만든다. 폭풍이
우리를 텅 비게 불어 버릴까 두렵다.
* 기억이 나를 본다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퀴라는 이름의 벌레 [최금진] (0) | 2012.01.25 |
---|---|
내 청춘이 지나가네 [박정대] (0) | 2012.01.17 |
소설의 발생 [최금진] (0) | 2012.01.16 |
사랑과 희망의 거리 [김소연] (0) | 2012.01.16 |
오키나와, 튀니지, 프랑시스 잠 외 6편 [김소연] ㅡ 2012 제57회 現代文學賞 수상작 (0) | 2012.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