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오랜 철학적 물음에 마침내 해답을 얻는다
이 시간 어딘가 다른 곳에서 천둥이 울리고 푸른 밤하늘에 흰 실핏줄이 마구 터지면 이곳에 압정 같은 비가 쇳내를 뿜으며 땅바닥에 떨어진다
이곳의 원인은 저곳에 있다는 새로운 이론은 하루가 지나자 낡아버리고 기나긴 각주를 곁들인 치밀하고 빈틈없는 참고 문헌들만 즐비하다
누군가 거꾸로 나오는 아이를 낳으며 피를 쏟는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이 시간 반은 음지 들고 반은 따뜻한 날에 천천히 평화롭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다
이 시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무쇠 같은 뼈마디를 움직여 너울너울 춤을 춘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나에 대한 참고 문헌이 완성되고 있다는 느낌이
몸에 대한 편견 없이 어떻게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는 물음은 너무 오래되었으므로,
어딘가 다른 곳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 기억의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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