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 위에 아기를
올려놓을 수 있을까
저 커다란 연잎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수양버드나무 아래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양산을 썼고
뒷주머니에 지갑을 꽂은 남자는 유모차를 민다
붓꽃이 한 무더기 피어 있다
저 붓꽃으로
아기의 이름을 쓸 수 있을까
저 붓꽃으로
연잎 위에
아기를
올려놓을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몽상가, 나는 연못가 벤치에 누워 있는 천치(天痴)
누군가 커다란 연잎을
내 얼굴 위에 덮어주고 간다
* 저녁의 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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