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연못 위에 아기를, [유홍준]

초록여신 2011. 7. 18. 09:47

 

 

 

 

 

 

 

 

 

연잎 위에 아기를

올려놓을 수 있을까

 

 

저 커다란 연잎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수양버드나무 아래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양산을 썼고

뒷주머니에 지갑을 꽂은 남자는 유모차를 민다

 

 

붓꽃이 한 무더기 피어 있다

 

 

저 붓꽃으로

아기의 이름을 쓸 수 있을까

저 붓꽃으로

 

 

연잎 위에

아기를

올려놓을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몽상가, 나는 연못가 벤치에 누워 있는 천치(天痴)

 

 

누군가 커다란 연잎을

내 얼굴 위에 덮어주고 간다

 

 

 

* 저녁의 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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