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비 오는 초여름 오후
낮술로 마음의 도수 올리고
우산 벗어 대청호수 바짝 당겨 앉으니
잔물결 속 굼실굼실 누에 머리 천지라
취중 졸음에 겨워 끄덕끄덕 조는 새
한 잠에 두 잠 자고 석 잠에 넉 잠
잔 누에들 섶에 올라 고치 짓더라
하늘에서 연신 비의 애벌레 떨어져
새 뽕잎 대느라 호수는 손발이 짧아지더라
저 수만 평 잠실은 잠농을 삼킨
물의 기억이 만든 것일까
물 아래 내력이야
내 소관 아니어서 난 다만 우중 풍경을
눈[眼]에 넣었다 뱉었다
놀이 삼매에 빠져나 있고
* 경쾌한 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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