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초록색 깃털 [연왕모]

초록여신 2011. 3. 9. 22:19

 

 

 

 

 

 

 

 

 

 

구겨진 셔츠가 왜 그리 아파 보이는가

담배 연기 속에서 숨 쉬는 나의,

신발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왜 여기서 졸고 있는가

졸고 있으면서도 왜 떠돌기만 하는가

 

 

주전자의 물이 끓는다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증기,

기관차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가

깃털로 뒤덮인 새들의 숲에 이른다

숲에는

초록 깃털을 가진 새들이

땅에 부리를 박은 채 자라나 있고,

몸통에 앉은 작은 새들은

깃털 나무의 깊이를 잰다

 

 

피 묻은 부리가

내 가슴을 파고든다

 

 

 

* 비탈의 사과, 문학과 지성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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